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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와 은유엄마의 아주 특별한 수중분만 이야기>> 작성일:2013/07/31

작성자
은유엄마
작성일
2020.08.20
첨부파일0
조회수
191
내용

* 망원동에서 온 소은이 엄마의 자연출산 후기

* 경산부 체중증가 10kg, 2.96kg 여아, 조산원 도착 1시간 첫 수중분만

 

 

 

1. 출산준비과정

'스토케 퀴니 에르고ㅡ'
엄마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아니 꽤나 익숙한 단어일테지요
그렇다면 르봐이예 소프롤로지 라마즈는 어떤가요
들어는 봤지만 그 내용은 확실히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듯 합니다

첫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 참 많은 경험들이 쌓이더군요
월령별로 맞는 놀이감을 제공해주고 사회성 발달을 위해 문화센터와 각종 모임도 가보고
유명하다는 이유식도 먹여보고 에어워셔에 제습기까지...
하지만 27개월 넘게 큰 아이를 키우면서 내린 결론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이와 엄마에게 가장 좋다는 거였어요
아무리 재미난 책들을 많이 사준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굳이 자기가 좋아하는 그 닳아가는 책을 찾아서 보고 또 봅니다

그만큼 익숙한 것이 이들에게 편하다는 것일 겁니다

3초면 결정된다는 첫인상을 떠올려보세요
내 인생에 처음으로 찾아온 아기라는 존재ㅡ
그 생명과의 어떤 특별한 첫만남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큰 아이가 돌이 지날 때까지 직수완모를 마치고 두 살 터울 둘째를 염두해두고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내 인생 중 가장 많은 체력을 쏟은 몇 해였기에 자연스레 건강에 관심이 가더군요
그렇게 둘째 맞이는 건강검진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몇달 후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남편과 저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웠어요
다닐 병원, 보건소 서비스, 임산부요가, 휴가계획, 큰 아이 어린이집까지...
그렇게 집 근처 산부인과와 보건소를 다니며 진료를 받던 와중에 4개월쯤 연락해 본 조리원에서 자연출산센터에 대한 정보를 처음 듣게 되었지요

주변에 조산원에서 큰 아이를 낳은 지인이 있었기에 자연출산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기회가 없던 차에, 큰 아이 때 조리했던 엄마손산후조리원에 연계된 조산원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 되어 그 때 부터 자연출산에 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출산에 관한 다큐멘터리, 서적들을 볼수록 자연출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동시에 임신에 대한 자부심이 더 생기면서 출산과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짐을 느꼈습니다

큰 아이 때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아침 쯤 약한 진통이 시작되어 오후가 되니 꽤 아픈 진통이 계속 되었습니다
집에서 걷고 이런저런 일을 보며 비로소 3분 간격일 때 병원을 찾았어요
너무 오래 참고 병원을 간 까닭에 자궁은 7센치나 열려 있었고 관장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바로 가족분만실로 직행했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아파하는 저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랑을 두고 간호사들은 퉁명스럽게 자기 일만 보고 아무 설명도 없이 휙 휙 나가버리더라구요
신랑은 그 시간들을 기다리며 당황함과 무력감으로 참 고통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아이 머리가 척수를 눌러 한참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는데도 몸을 옆으로 조금이나마 돌리거나 웅크릴 수도 없었던 불편한 자세로 내내 있게 되었어요
관련 다큐멘터리에도 나오듯이 산모가 누운 자세는 진통을 참거나 힘을 주기에는 가장 불편한 자세로 의료진의 편의를 위한 자세였던 것이지요

큰 아이 때 병원 역시 르봐이예, 소프롤로지, 가족분만으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좋은 병원이었지만 단순히 낮은 조명과 바로 아기를 품에 얹어주고 몇분 뒤 탯줄을 자르는 것만으로 르봐이예 분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을 기다렸다 환영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산모가 환자가 되어 그 아픈 와중에도 여러 지시들을 따르느라 바빴던 기억이, 남들은 다 순산이라 했지만 그 와중에도 저를 씁쓸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신랑과 큰 아이 때 상황을 진지하게 돌아보며 자연출산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제일 먼저 저의 의지에 힘을 실어 준 신랑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5개월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조산원에 첫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거실과 방들을 둘러보며 병원과는 다른 편안함이 벌써 느껴졌지요
원장님께 자연출산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고 식단관리, 운동법, 체중조절, 수중분만에 관한 설명까지 들었는데 이왕이면 수중분만이 너무 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 돌아와 꾸준히 운동과 식단으로 체중조절을 하며 수중분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수가 미리 터지지 않아야하며, 엄마의 배설물로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물속이라 분만 중 아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행이 빨리 되어야하며, 위험순간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숙련된 조산사가 필요함 등등
르봐이예 박사님이 쓴 평화로운 탄생에 걸맞는 분만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수중분만이지만 병원에서는 의료보험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거의 실시하지 않고 있고 간혹 있더라도 강남의 몇 군데 큰 병원들과 자연출산센터에서 고가의 비용을 내고 할 수 밖에 없는 수중분만의 기회가 과연 나에게 올까... 더 간절해지는 매일매일이었어요



 

제가 둘째 때 받은 총 검사는
보건소에서 산전검사, 흑백초음파 4회, 쿼드 기형아검사
산부인과에서 흑백초음파 3회, 당뇨 및 빈혈 검사
조산원에서 흑백초음파 2회 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고 저위험군이라 더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 다음 단계는 양가를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양가 다 신앙이 있는 분들이라 창조주의 섭리에 따른 자연출산에 큰 염려없이 동의해주셨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자료에 근거한 장점들을 설명해드려서 더 마음을 샀답니다


2. 출산과정


둘째 출산예정일 4일 전인 22일 오후 9시경, 큰 아이를 재우면서 배탈 비슷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방에서 나와 시계를 보며 일정한 간격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하신 어머님께 잠든 큰 아이를 맡기고 이것저것 남은 짐을 챙겨 신랑과 인천 조산원으로 출발했어요
도착한 시간은 10시 반, 차에서도 신랑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주변 지인들에게 카톡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조산원에 도착해서 간단한 내진을 하니 4센치정도 진행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대로면 오늘 안에 낳겠다는 원장님 말씀에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정말 둘째라 진행이 빠르긴 빨랐어요
옷을 갈아입고 누워 두세번 진통을 하다가 욕조 안에 들어가 있겠냐기에 바로 가벼운 복장으로 물에 들어갔어요

물에 들어간 순간부터 온 몸이 이완되는 게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물에 온 몸을 맡긴 채 축 늘어뜨리고 몸을 편안히 해줬어요
우리가 평상시 물에 몸을 담그면 물 밖에 나와있는 부분, 물 안에 있는 부분, 욕조 벽에 닿은 부분, 이마에 흐르는 땀 한방울까지 다 느껴지듯 온 몸의 감각이 다 살아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굳이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 힘쓰지 않아도 되고 그저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긴 채 옆으로 돌려누웠다 웅크렸다하며 진통을 했어요
점점 아파오면서는 문득 첫째 때의 고통이 생긱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만 견디면 곧 아기를 만날 것이며 이 고통은 계속되는게 아니라 아주 잠깐이라는 생각으로 진통을 견뎌냈던 것 같아요
앞서 책에서 보기로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갈 때 까지는 몸을 이완시키고 힘을 계속 빼줘야 아기가 잘 내려온다고 알고 있었기에 절대 억지로 힘을 주지 않고 힘을 비축했어요
머리가 내려오며 허리가 유난히 아팠던 몇 분의 진통 후 항문 근처에 갑자기 힘이 들어감을 느꼈어요
그 때까지 숨죽은 듯 조용하던 주변을 둘러보며 이제 힘을 줘도 되냐고 느낌을 설명하며 여쭤봤더니 힘이 들어갈 때 힘을 주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렇게 몇 번 힘을 주자 회음부 쪽에 자극이 느껴졌고 그 때부터 원장님과 실장님이 저를 바로 눕히고 아기를 받을 준비를 하셨어요
신랑은 제 어깨 뒤에서 양 팔로 등을 힘 있게 받쳐주어서 그 반동으로 힘을 잘 줄 수 있겠더라구요

 

"이제 곧 아기가 나올거에요~"
신랑이 몸을 들어주고 저는 욕조 양 옆을 잡고 우리가 흔히 본 수중분만 자세로 마지막 힘주기에 돌입했어요 그간 힘과 호흡을 아껴놔서 막판 힘주기 때 생각보다 오래 숨을 참고 힘을 길게 줄 수 있었어요
길게 세네번쯤 힘을 주니 아기 머리가 보였고 그 때부터 원장님이 회음부 부분을 잡고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힘을 주고 아기의 머리가 나왔어요
다시 힘을 주어 차례로 어깨, 팔, 다리가 나왔지요
조산원 도착 한시간만인 밤 11시 30분이었어요
아 벌써 아기를 다 낳은건가 싶으리만큼 힘 주기는 참 수월하게 진행됐어요

물 속에 있으니 모든 감각이 깨어있게 되고 일부러 신랑이 마사지도 거부하면서 몸의 모든 감각으로 진통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 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진통이 완화되는 자세도 찾고 몸 어디가 아픈지도 더 세밀히 느끼게 되니 막바지에 힘 줘야 할 시기를 제가 더 잘 알고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분만이 임박하면 그제서야 마지막 세팅을 하고 의사가 올라와 자리를 잡고 의료 조명을 비추고 간호사가 힘껏 배를 누르지요
그 부산스러움에 산모는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기가 훨씬 어려워요 많은 후일담을 들어보면 아기가 나오는 느낌보다 간호사가 누르는 배가 정말 아팠다는 얘기가 많을 정도니까요

물 속으로 꿀렁하고 나온 아기는 10초 뒤 제가 건져 안았어요
아기는 물 속을 나오며 눈을 뜨고 저와 남편을 바라보기에 바로 품에 안아 주었어요
큰 아이 때처럼 참 따뜻하고 묵직한 느낌이었어요
맨살로 그 보드라운 몸을 껴안은 느낌은 참 행복하고 따뜻했답니다
아 정말 수중분만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함께 수고한 아기와도 정말 특별한 유대감을 느꼈어요
그 뒤 물 속에서 한참을 안아준 뒤 태맥이 끊기자 남편이 탯줄을 잘랐어요
그리고 물 밖으로 나와 따뜻한 이불로 몸을 감싸고 태반을 꺼내는 등 후처치를 했지요
회음부가 결대로 1센치정도 자연스레 찢어져서 그것을 봉합했구요
신랑이 사진을 찍어주면서 큰 아이 때는 얼굴에 핏줄이 서 있었는데 얼굴도 그대로라며 신기해했어요 정말 그렇더라구요
아기는 제가 봐도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늘 최고의 것을 줄 수는 없겠지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저의 첫 마음을 아기도 알아주겠지요...

 

 

 3. 출산 후에

 

바로 윗층이 조리원이라 두시간 뒤 올라가 늦은 식사를 하고 남편과 잠이 들었습니다
둘째라 자궁수축을 위한 훗배앓이가 꽤 있었지만 둘째가 주는 행복한 기운에 피로와 통증도 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어요
아무리 둘째라지만 이 조그마한 아기를 훌륭한 어른으로 길러내는 일이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내 힘으로 내 아기를 낳았다는 자신감, 그게 앞으로 아기를 양육하는 과정 중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군요
네 맞습니다 정말 그 힘이 큰 것 같아요 덕분에 회복도 빠르고 모유수유도 잘 하고 있어요
큰 아이와 떨어져 있어서 산후우울증이 오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확실히 그런 것도 없네요 참 신기합니다
둘째가 주는 그 열달간의 생명력이 저를 이렇게 씩씩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해요

지금도 산모와 아기를 성심껏 돌봐주시는 여러 조리사분들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산모가 주체가 되는 그리고 아기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제가 기대하던 자연출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배려해주신 원장님과 실장님 특별히 감사드려요
어떻게 해야된다 말아야된다 지시하지 않으시고 산모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주시고 도와주신 그 겸손함에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네, 밖에 나가서도 잘할게요 ^^
아기를 기다리며 행복해했던 그 열달간의 첫 마음 그대로 나에게 허락된 두 생명을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아이의 좌절과 모자람이 내 탓이 아니며
아이의 성취와 뛰어남이 내 공이 아닌 것을 다시 한번 깨닫네요

이 후기 읽으시는 많은 예비맘들도 '자연스런' 특별함을 기대한다면,

임신 기간부터 행복한 그리고 양육까지 온가족이 행복한 자연출산 어떠세요?

이상, 우리와 은유 두 아이 엄마의 길고 긴 후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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